-마24:14는 비밀의 열쇠인가-
2011년 8월 18일 <미주 뉴스앤조이> 윤영석 기자는 지난 8월 10일부터 나흘 동안 뉴욕신광교회(한재홍 목사)에서 열린 2011 선교 캠프 중에 인터콥 최바울 대표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성경은 분명하게 말한다.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증거되면 종말이 온다. 놀라운 사실이다. 이 엄청난 역사가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전파되면 끝난다. 예수가 언제 오냐고 물으면 이단 취급한다. 한심하다. 그런 것 물으면 '아버지만 아시지 아들도 모른다'고 답한다." (윤영석, '백 투 예루살렘' 외치는 최바울 대표, 2011.08.18)
위의 최바울 대표의 언급은 마태복음 24장 14절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인터콥의 최바울 대표는, 이 성서 구절에 따라서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증거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목적은 바로 종말에 있는 듯하다. 여기서 말하는 종말은 예수의 재림을 말하는 것이고 또한 역사의 끝남을 말하는 것으로 그는 이해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성서 이해가 온당한가? 다시 말해, 온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면 종말이 오고 그 종말은 예수의 재림이며 역사의 마침이라는 도식이 올바른 성서 이해인가?
최바울 대표의 <왕의 나라>(펴내기, 2011, 7~8쪽)에서도 위의 마태복음 24장 14절이 대표적으로 등장하며 이 성서 구절은 인터콥이라는 선교 단체를 지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는 지금까지 인터콥의 최바울 대표가 김기동 목사의 마귀론을 상당수 수용했다거나 신사도 운동에 영향을 깊게 받은 사람으로 취급한 관점과는 다르게 보고자 한다. 바로 성서 해석의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것이다. 인터콥 최바울 대표의 성서 해석은 올바른 것인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먼저 마태복음 24장 14절은 인터콥 최바울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절이다. 다음을 보자.
"모든 민족에 복음이 증거되면 역사의 종말이 온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매우 충격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가 이것을 상상했겠습니까? 누가 스스로 이것을 깨달아 알 수 있었겠습니까? 어떤 탁월한 학자가 연구를 통해 이러한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었겠습니까? 이것은 역사상 그 누구도 언급한 적이 없고 간접적으로나마 암시한 적도 없는 매우 의외의 내용입니다. 이것은 그 어떤 문학가의 상상도 초월한 것이며 그 어떤 천재의 지능도 넘어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을 믿는 그리스도인들만 알 수 있는 하늘의 비밀입니다." (최바울, <왕의 나라>, 펴내기, 2011, 7~8쪽)
기자는 위의 글을 다시금 보면서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마태복음 24장 14절이 정말 어떤 특정한 그리스도인들만이 알 수 있는 하늘의 비밀일까? 기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터콥 최바울 대표가 가장 중시하는 마태복음 24장 14절을 그대로 보도록 하자.
"이 천국 복음이 모든 민족에게 증언되기 위하여 온 세상에 전파되리니 그제야 끝이 오리라(개역개정)."
먼저, 위 성서 구절 그대로 이해한다고 해도 인터콥의 최바울 대표식으로 이해하기는 곤란할 듯하다. 마태복음 24장 14절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선교를 하면 예수가 재림하고 역사가 끝을 맺는다고 말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증언되다', '전파되다'라는 말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는 말이지 적극적으로 그렇게 하라는 명령의 언어가 아니다. 한국말에서 긍정태인 '하다'와 '수동태'인 '되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그렇다면 개역 개정만 그럴 수 있는 것 아닐까? 다른 번역본을 확인해 보자.
"이 하늘나라의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어서 모든 민족에게 증언될 것이다. 그때에야 끝이 올 것이다(새번역)."
"이 하늘나라의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되어 모든 백성에게 밝히 알려질 것이다. 그리고 나서야 끝이 올 것이다(공동번역)."
위의 새번역에서도 '전파되어서', '증언될 것'이라는 수동태가 쓰이고 있으며, 공동번역도 마찬가지로 '전파되어', '알려질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렇게 보자면, 마태복음 24장 14절에 대한 성서 번역본은 다르나 대체적으로 같은 의미를 전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마태복음 24장 14절은 적극적으로 선교를 해서 끝이 오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는 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주신 마태복음 28장 19~20절의 선교와 전도의 대위임 구절을 그리스도인의 당연한 임무로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앞의 마태복음 24장 14절은 그와는 다른 구절이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기서 '세상의 끝'이라는 말도 문제가 된다. '세상의 끝'이 예수의 재림을 말하는 것인가? 그 '세상의 끝'과 요한계시록에서 말한 '새 하늘과 새 땅'의 관계는 어떠한가? 최바울 대표는 이에 대해서 적확하게 말하고 있지 않다.
둘째, 성서 해석의 기본은 문맥적 이해이다. 특정한 한 성서 구절만 가지고 다른 구절들을 의미 없게 만드는 것은 성서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마태복음 24장 14절의 의미를 정확히 추론하고 이해하려면 앞뒤 구절의 상황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마태복음 24장 14절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마태복음 24장 14절 앞의 상황을 보도록 하자.
가. 제자의 물음 : 주님이 오실 때와 세상이 끝날 때의 징조. (3절)
나. 예수의 대답. (4~14절)
나-1 : '내가 그리스도다'에 대해 속지 마라. (4~5절)
나-2 : 난리, 전쟁, 기근 지진이 일어나는데 고통의 시작이다. (6~8절)
나-3 : 세상 사람들에게 미움받는다, 배반하고 미워한다, 거짓 예언자가 속인다,
무법천지가 되어 사랑이 없다. (9~12절)
나-4 : 끝까지 참는 자는 구원을 얻는다. (13절)
나-5 : 하늘나라의 복음이 전파되어 모든 백성이 알게 된다. 끝이 온다. (14절)
위 마태복음 24장 3~14절을 보면 14절만 따로 보던 것과는 다른 인상을 갖게 된다. 예수께서 성도들이 시험에 들게 되는 상황을 연속적으로 보여 주신 후, 끝까지 참으라고 하는 것이다. 위의 성서 문맥에서 성도에게 더 각인되기 쉬운 성서 구절은 바로 13절 '끝까지 참아야 구원을 얻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14절은 그 13절까지의 엄청난 고통의 상황이 지난 후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어 끝이 옴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마태복음은 공관복음 중의 하나인데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에도 이와 같거나 평행되는 구절들이 나온다. 이 두 복음 모두 마찬가지로 '끝까지 참는 것'이 주제로 나온다. 마가복음 13장 3절~13절과 누가복음 21장 10절~19절이 평행 본문인데, 마가복음에서만 마태복음 24장 14절과 같은 표현이 나온다. 그것은 다음 구절인데, 당위적인 '~아/어야 할 것이다'로 처리되고 있다.
"또 복음이 먼저 만국에 전파되어야 할 것이니라(막 13:10)."
요컨대, 마태복음 24장 14절은 홀로 동떨어져서 예수의 강림과 세계의 역사를 마치기 위한 선교를 위해 존재하는 말씀이 아니다. 그리스도인들 고난의 연속에서 끝까지 참아 낼 것을 부탁하는 예수의 말씀인 것이다.
셋째, 칼뱅을 비롯한 학자들은 마태복음 24장 14절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인터콥의 최바울 대표와 같은 입장일까? 먼저 요한 칼뱅부터 보도록 하자.
"내가 오랜 기간 동안 혹독하고 고통스러운 시험들(tentatio)로 나의 교회를 연단하고 시험한 후에야 세상의 끝이 올 것이다." (요한 칼뱅, <칼빈주석 공관복음17>, 크리스챤 다이제스트, 2011, 1035쪽)
칼뱅은 위 성서 구절의 핵심을 '교회의 연단'에서 보고 있다. 문맥적 이해라고 보여진다. 최바울 대표의 성서 이해와는 전혀 다르다.
다음으로 그랜트 오스본의 주석을 살펴보자.
"예수께서는 재림 전에 천국 복음(구원의 소식)이 온 세상에 전파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떤 이들은 예수님의 예언을 오해하였다.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기 전에 모든 소수 부족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복음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자들의 사명이었으며 우리의 사명이기도 하다." (그랜트 오스본, 전광규, 김진선 옮김, <LAB주석 시리즈 마태복음>, 성서유니온 선교회, 2009, 715~716쪽, 굵은 글씨는 인용자)
그랜트 오스본은 '온 세상'에 대한 표현에 대해 오해하는 자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기자가 굵은 글씨로 표시한 것처럼 모든 소수 민족이 복음을 들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선교의 사명은 제자들과 우리의 사명이라는 말도 잊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목회와 신학 편집부'에서 쓴 책을 보도록 하자.
"14절은 세상 끝이 왜 지연되어야 하는지를 밝혀 준다. 세상 끝은 '온 세상에' 복음이 전파된 다음에 올 것이다. 복음 전파의 영역이 온 세상, 모든 민족으로 확장될 것이라는 예수의 예견은 10장 5~6절과 15장 24절에서 복음 전파 대상이 이스라엘에만 제한되어야 한다는 예수의 언급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이는 예수 부활 이후 복음 전파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 것임을 시사해 준다. (참조, 28:18~19). 세상 끝의 도래와 복음 전파 사이의 상관관계가 이처럼 분명하지만, 복음 전파의 정도가 세상 끝의 시점을 계산하는 지침으로 사용될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온 세상'과 '모든 민족'의 의미와 범위가 그렇게 정확하게 규정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본문에서 '온 세상'과 '모든 민족'이라는 표현은 그 완벽한 전체성보다는 이스라엘의 한계를 뛰어넘는 제한 철폐 및 포괄성의 의미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목회와 신학 편집부 엮음, <마태복음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 두란노아카데미, 2003, 366쪽,굵은 글씨는 인용자)
위 주석도 '온 세상'과 '모든 민족'의 범위가 정확하게 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복음 전파의 정도가 세상 끝의 시점을 계산하는 지침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위의 '목회와 신학 편집부'의 설명은 인터콥 최바울 대표와는 대조적이다. 다음을 보자.
"그렇습니다! 이것(마태복음 24장 14절-인용자)은 엄청난 천국의 비밀입니다. 하나님의 계시가 아니고는 인간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인류 종말의 조건이 모든 민족에 복음이 증거될 때라는 것을 누가 감이라도 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세계 복음화 상황과 통계에 대해 예의 주시하는 것입니다. 최근 수차례 관련 통계는 세계 복음화 완성이 임박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수행되는 세계 선교는 이 속도로 계속된다면 2030년경에 그 완성을 볼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최바울, <왕의나라>, 펴내기, 2011, 8쪽)
최바울 대표는 세계 선교화가 2030년경에 그 완성을 볼 것을 전망하면서 세상의 끝, 예수의 재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전도와 선교의 사명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세상을 끝내기 위해서, 예수께서 재림하게 하시기 위해서 전도와 선교하는 것은 아니다. 최바울 대표의 책자를 읽으면 세상을 끝내기 위해서, 마지막 때이므로 선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성서를 어떤 목적으로 해석하는 것일 뿐이다. 매우 잘못된 것이고 고쳐야 할 부분이다.
요즘 한국교회에는 이단과 사교가 넘쳐 나고 있다. 그들의 대체적인 특징이 어떤 특정한 성서 구절을 사특한 목적을 지닌 채,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데에 있음은 주지하는 바다. 신천지의 마태복음 11장 27절이나 안상홍 증인회의 요한계시록 21장 9~10절이 그와 같은 예이다. 문맥을 따져서 본다면 일고의 가치도 없다.
기자는 묻고 싶다. 인터콥과 최바울 대표가 성서를 해석할 때, 자의적으로 어떤 특수한 목적으로 해석하고 있지 않는가? 그것은 기독교와는 다른 '다른 복음'인가?
기자는 인터콥의 최바울 대표가 왜 이 성서 구절만 집착하여 선교 활동에 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바울 대표는 계시를 성서 해석의 계시를 받았는가? 한국 개신교는 미련하여 모두 최바울 대표의 성서 해석에 따라 모두 선교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말인가?
우직하게 지켜보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사람의 한 사람으로서 최바울 대표의 진정성 있는 답변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