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란트”라는 말처럼 교회 안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말도 흔치 않겠지만,
또 이만큼 사람들에게 잘못 알려져 있는 비유도 흔치 않을 것입니다.
성경을 읽을 때 우리가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혹은 성경이 말하는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그 말씀이 어떤 내용 속에 들어 있는 말씀인가? 하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집사님이 일전에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아는 교인 한 사람이 이웃과 싸우게 되었는데, 이 집사님이 그 분에게
“믿는 사람이 좀 참아야지.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해요”라고 화해를 권고했습니다.
그러자 이 분이 집사님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성경 말씀에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고 했으니 나는 화해할 수 없소”
성경말씀은 올바른 문맥의 의미를 놓쳐 버리고 자기 마음대로 사용하면,
못 끼워 맞출 내용이 없어질 정도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다양성의 관점에서 다 인정해야 하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은 성경을 읽는 자의 입장에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성경을 쓰신 원저자이신 하나님의 의도에 맞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에 우리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고 말해서는 안 되고,
“그것은 본문의 원 의미를 나타내지 못했으므로 틀렸습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달란트 비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란트 비유는 보편적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자신의 재능을 잘 활용하여야 한다”는 방향으로 해석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이것을 거의 정설로 받아들이고,
이 비유의 뜻이 이렇다고 단정을 내리는 정도까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 비유가
“어떤 이의 재능에 따라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을 잘 남기자”는 것을 말하는 본문일까요?
사실 여기에서 ‘재능’을 유추해낼 수 있는 부분은 유일하게 15절 한 부분입니다.
“각각 그 재능대로 하나에게는 금 다섯 달란트를, 하나에게는 두 달란트를.....”
그러나 본문 전체에 비추어 볼 때 이 말이 전체의 주제를 쥐고 뒤흔들만큼 중요한 구절일까요? 불행히도 그렇지 않습니다.
이 본문은 이 ‘그 재능대로’라는 구절에 중요성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재능대로라는 그 한 구절에 중요성을 두고 있지도 않을뿐더러,
문맥 전체에서 볼 때의 전체 주제에서도 이 사실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왜 한국교회 내에서는 달란트 비유가 이것을 뜻하는 것으로
거의 고정화되어 버릴 정도가 되었을까요? 이유는 사실 간단합니다.
한국 교회의 많은 성경 해석자들이 “성경이 정말로 말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보다는,
“성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동기유발이 될까?” 라는 실용적인 측면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목회자들이 “하나님 나라는 이런 나라입니다” 라고 말해주는 것보다,
“당신은 교회에서 열심히 봉사하시오” 라고 말하고 싶어했습니다.
이런 의도를 가지고 성경을 보면, 자기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성경 본연의 내용에는 관심이 없어집니다.
어떻게든 “성도들이 교회에 충실하게끔” 만드는 데에 온 목적이 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간단하게 이 재능에 관한 주장이 거짓이라는 점을 증언할 수 있는 요소를
먼저 말씀드리고 본 내용으로 들어갑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비유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내용입니다.
이 비유의 마지막 부분에는 한 달란트 받았던 사람의 결국에 대해 이렇게 씌어 있습니다.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어 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이 부분에 주목해 보십시오.
우리가 일반적으로 잘 알고 있듯이 “바깥 어두운 데에 내어 쫓겨 슬피 울며 이를 간다”는 표현은 통상적으로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자, 지옥에 떨어지게 되는 자”에 대한 관용적인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만약 이 본문의 주제를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가지고 봉사해야 한다”라고
읽어 버린다면, 이렇게 행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심판은 어이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재능을 잘 활용하지 못한 사람은
천국에 못 간다는 말씀이 되어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합니까? 성경 어디에! 교회에서 자기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않는 사람은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는 말씀이 있습니까?
혹! 이 본문을 재능에 관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계신 분들 중에 누구든 자신의 재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으면 지옥에 가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습니까?
이것은 성경의 가장 기본적인 교리를 왜곡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본문을 “재능에 관한 것”으로 읽는 것은 비성경적입니다.
이 본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읽기 위해 선입견을 버리고 다시 본문을 봅시다.
먼저, 이 본문은 무엇에 관한 것입니까?
이 비유의 제일 첫 구절은 “또” 라고 시작합니다.
이는 앞의 본문과 이 본문이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앞의 본문은 무엇입니까? 앞의 본문은 열 처녀 비유입니다.
두 비유가 붙어 있고, 두 번째 비유는 “또” 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왜 앞의 비유는 “천국비유”인데, 그 뒤의 비유는 “재능에 관한 비유”가 되는 것입니까? 문맥상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태복음 25장의 문맥은 예수님께서 “천국에 관하여” 설명하시는 부분입니다.
천국에 관하여, 하나님 나라에 관하여 설명하시는 부분에 왜 갑자기 재능에 관한,
교회 열심히 충성하라는 이야기가 들어가겠습니까? 전혀 그럴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달란트 비유는 “천국비유” 이며, “하나님 나라”와 관련되어 있는 비유입니다.
그리고 나서, 본문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본문의 내용 역시 재능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 비유의 주제는 “하나님 나라는 목이 곧은 자에게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해석은 어려운 것이 없습니다.
고정관념 때문에 성경이 보이지 않았을 뿐입니다. 함께 말씀의 내용을 보십시오.
14-15절에 주인은 자신의 종들에게 달란트를 맡기고 타국으로 떠납니다.
16절과 17절에서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 받은 사람은 열심히 장사하여 그것을 남겼습니다.
한 달란트 받은 사람은 그것을 땅에 묻어 두었습니다(18절).
중요한 구절은 주인이 돌아와서 이 한 달란트 받은 종과 이야기하는 대목입니다.
주인과의 대화는 이렇습니다.
앞의 다섯 달란트와 두 달란트를 받은 종들이 칭찬을 받고 나서,
한 달란트 받은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주인이여 당신은 굳은 사람입니다.
당신은 심지도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도 않은 데서 모으는 사람인 줄을 내가 알았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달란트를 내가 땅에 묻어 두었습니다”
주인이 대답합니다.
“악하고 게으른 종아,
내가 심지도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도 않은 데서 모으는 줄로 네가 알았느냐?
그렇다면 네가 은행이나 돈놀이 하는 사람한테라도 맡겨서
이자라도 받게 했어야 할 것이 아니냐!”
이 대화가 무슨 내용입니까? 내용은 어렵지 않습니다.
성경의 주제를 곡해한 뒤 성경을 보려하니 잘 안보일 뿐입니다.
한 달란트 받은 종이 말하는 내용이 무엇입니까?
“주인님! 당신은 심지도 않고 거두려 하는 사람이요,
덤불을 헤치지도 않고 거기서 나는 곡식들을 거두려 하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한 달란트 받은 종이 생각하는 주인은
“노력도 하지 않고 거두려고 하는 나쁜 놈”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이 종은 달란트를 가지고 주인이 원하는 대로
“노력도 하지 않고 거두게” 해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땅에 갖다 묻었다는 것입니다.
주인의 대답은 무엇입니까?
“종아! 네가 정말 내가 그런 노력도 않고 거두려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더냐?
만약 그렇다면, 네가 나를 두려워했다면 도리어 나한테 이자라도 주도록
은행이나 돈놀이 하는 사람들에게라도 맡겼어야 되는 것이 아니냐!”
그렇습니다.
이 본문의 주제는 “고의적으로 불순종하는 종”에 관한 것입니다.
종은 주인이 어떤 사람인 줄 알고, 거기에 고의적으로 불순종하는데 목적이 있었습니다.
종은 주인의 의도에 맞추어 놀아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에 불순종하기 위하여
달란트를 땅에 묻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이 달란트 비유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주제는 무엇입니까?
왜 이것이 천국 비유 가운데 들어 있는 것입니까?
본문의 주제는 아까 살펴본 대로 마지막에 있습니다.
“이렇게 불순종하는 종은 결코 내 나라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이놈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어 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을 것이다!”
즉, 이 말씀은
“천국은 하나님께 고의적으로 불순종하는 자는 결코 들어갈 수 없다” 는 것이 주제입니다.
이 비유는 재능에 관한 본문이 전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전해 주셨을 때는 다분히 옛 이스라엘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에 대해서 알고도 하나님께로 돌이키지 않는 완악한 자들! 그들을 향하여
“불순종하는 자에게는 천국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끝으로 한 가지만 더 첨언하고 마칩시다.
과연 한 달란트 받은 종이 파악한 주인이 옳았을까요?
과연 우리의 하나님은 “심지도 않은 데서 거두고 헤치지도 않은 데서 모으려 하시는 분”
이십니까?
성경이 보여주는 바에 의하면 우리 하나님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성경은 재판관 비유를 들 때, “악한 재판관도 이렇게 하거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너희를 듣지 아니하시겠느냐?”(눅18:6-7)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땅의 아버지와 하늘의 아버지를 비유하시면서도,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면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면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마7:9-10)고 물으시면서,
악한 너희도 아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하는데,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당연히 좋은 것을 주시지 않겠느냐! 라고 반문하십니다.
우리 하나님은 한 달란트 받은 종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좋으신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이 종은 이 사실을 오해하였고, 하나님께 고의적으로 불순종하였습니다.
이런 자들에게 천국의 문은 닫힐 것입니다.
출처 : 개혁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